백련사, 단풍비에 젖는다
유지희
만추의 11월
가을이 깊어가면서
겨울을 조심스럽게 부르는 소리 들으며
홍은동 산자락 백련사로 향한다
맑은 바람결에 울리는 풍경소리에
가슴 깊은 곳에서 잠자던 그리움의 꽃잎 펼쳐지고
기도의 손 모으며 하늘 보니
단청 위로 단풍비가 소리도 없이 내리고 있다
동안거 기도에 맞추어
살아있는 자의 소망 담은 연등이 걸리고
죽은 자의 극락왕생을 비는 연등이 걸리는 시간
산다는 것은 연등을 다는 마음이며
산다는 것은 숙연한 기도의 시간임을
단풍비 젖는 백련사 뜰에서 다시 한 번 깨닫고 간다
가을이 깊어가는 11월의 어느 오후, 서대문구 홍은동에 위치한 백련사에 다녀왔습니다. 가을의 높고 푸른 하늘에 맞닿은 백련사와 가득 걸린 연등이 너무도 정갈하고 아름다워 가을의 정취를 더없이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답니다. 여러분도 남은 가을 아름다운 곳에서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