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계절, 추(秋)
사람의 일생을 계절에 비유하곤 합니다. 꽃망울이 터지는 신록의 봄인 유년기, 뜨거운 열정을 불사르던 젊은 청년기, 오곡백과가 무르익어 추수하는 장년기,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자 내세를 준비하는 겨울의 노년기! 그러나 나는 여기에 하나의 계절을 더 얘기합니다.
일생을 잠시 점검하고 숨을 고르는 계절!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있는 계절, 윤동주가 노래하던 내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 하는 계절. 바로 그런 계절이 추(秋)였습니다. 그리고 윤동주 시인의 시비가 있는 서대문구 신촌동134번지 연세대학교로 한걸음에 달려갔습니다.
윤동주 시인을 만나러 가다
연세대학교 신촌 캠퍼스 안에 위치하고 있는 윤동주 시비는 연세대학교 본관에서 조금 내려와 백양나무 왼편으로 올라가면 볼 수 있습니다. 이 시비는1968년 11월2일, 연세대학교 학생회와 문단, 친지 등이 모금한 성금으로 건립했고 설계는 윤동주의 친동생 윤일주가 맡았습니다. 시비의 앞쪽에는 윤동주 시인의 ‘서시’가 새겨져 있고 뒤쪽에는 그의 일생이 기록되어 있답니다.
윤동주 <서 시>
죽는 날 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 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1941. 2. 20. 東柱
윤동주와 추(秋)의 향기를 느끼고 돌아온 길
책장에서 여고시절 읽었던 책들을 꺼내봅니다. 낡은 종이에서 나는 세월의 냄새를 맡으며 오늘,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고자 했던 윤동주 시인을 생각합니다.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는 이 때에 윤동주와 같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노래합니다. 나의 일생도 부끄럽지 않도록 매일 감사하며 살아야 겠습니다.
블로그 시민기자 서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