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어느 날, 친구와 전화를 하는 중에 친구가 <명랑한 은둔자>를 읽고 있는데 참 재미있고 생각할 것이 많은 책이라는 말에 도서관에 대출이 가능한지 검색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미 대출이 되어있어서 예약신청을 하고 오래 기다렸다가 드디어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한 여인의 모습이 유화로 그려진 책 표지가 눈에 봄비처럼 스며들었습니다.
'은둔자가 어떻게 명랑할 수 있지?' 하는 호기심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지요. 캐럴라인 냅(미국 출생)이 쓴 회고록의 성격을 띠는 에세이인데 누구나 겪을 수 있고 지금 현재 겪고 있을 법한 일들을 마치 내 일인 양 생각하면서 읽었습니다.
20년 가까이 저널리스트로 활동한 작가의 내면 이야기를 솔직하고 우아한 목소리로 고백하고 있는 글은 매우 설득력이 있었고 그 솔직함에 매료되었어요. <홀로>, <함께>, <떠나보냄>, <바깥>, <안>이라는 다섯 주제로 엮어진 이야기인데 냅이 혼자 살고 일하며 자기 앞에 놓인 고독을 외면하지 않았던 삶의 이야기가 담담하게 펼쳐집니다.
남자 친구가 있었던 시기(작가는 그와 결혼은 하지 않았습니다)를 담담하게 회고하는 장면을 읽을 땐 냅의 처지가 되어 보기도 했지요.
사람은 누구나 강함과 약함을 갖고 있는데 약함은 가끔 부정하고 싶은 것이 인간 본연의 심리가 아닌가 합니다. 이 책에서 냅은 강함과 약함을 그 어느 것도 부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삶의 명랑성을 깨달아 가지요. 한 때 술에 중독되어 살아가던 이야기와 거식증에 걸려 38킬로그램까지 살이 빠졌던 고통의 날들도 가감 없이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냅이 만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느끼던 고독과 수줍음 그리고 외로움부터 부모님을 잃은 후의 커다란 상실감과 애도의 시간은 독자들에게 삶과 죽음의 경계에 대하여 깊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삶과 죽음의 경계에 대하여 깊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느 상실감은 깊고도 절절하겠지요. 저 역시도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셨을 때 고아가 되었다는 생각에 몹시 슬프고 고독했습니다. 상실이나 깨달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인내의 시간이 필요한 걸까요?
작가는 이야기합니다. 혼자 살면서 중요한 것은 고독과 고립의 경계선을 잘 유지하는 것이라고요.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고독과 고립의 경계선을 어떻게 유지하는가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며 삶의 향기 또한 달라지겠지요.
이제 녹음의 계절로 접어들고 있는 유월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유월의 숲을 거닐면서 이번에 읽은 명랑한 은둔자의 내용을 다시 한번 음미해 봅니다.
좋은 글을 써서 독자들에게 사람을 받던 작가는 2002년에 마흔두 살의 이른 나이에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냅의 삶을 떠올려 보면서 그녀를 위하여 애도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는데요. 고독과 고립의 경계에 대한 통찰력 있는 에세이로 이 책을 권해드립니다.